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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은 내 생일이다.

태어난 김에 살던 내게 생일은 그저 다른 날과 같은 하루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여자 친구를 잘 만난 덕인지, 생일에 대한 가치가 정말로 높은 사람이어서인지

 

생일이 더 이상의 다른 날과 같은 날일이 아니었다.

 

 

일주일 만에 휴일이라 한강진에서 만나기로 했다.

날은 추웠지만, 해가 따스하게 가득한 날이어서

일광욕 하기에 정말 좋았다.

 

10년 전에 일본 옥션으로 구매한 넘버나인 부츠를 다시 꺼내 멋을 부렸다.

 

한강진 역에서 만나 나에게 안대를 씌워주며 갈 데가 있다고 하던 그녀

사람이 많은 이태원에서 광대가 된 기분으로 안대를 쓰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이끌려 간 곳은

파라부트 매장이었다.

 

2년 전쯤 지나가면서 '나도 이제 경조사나 이런 거 때문에 저런 구두 한번 사야 할 거 같은데..'라고 했던 말을 기억했던 것 같다. 연애 고수가 이런 느낌 일까

 

새삼 감동을 받은 하루이다.

 

그래서 구매한 건 파라부트의 아비뇽 모델이다.

가장 무난하고 어디든 잘 어울리 것 같은 블랙 컬러로 구매했다.

 

 

 

한강진에서 선물을 받은 나는 그다음 코스로 삼성역에서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하고 있는 앙리 마티스의 전시를 보러 왔다. 

 

20세기를 주름잡은 야수파의 창시자이자 화가인 앙리 마티스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여러 가지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푸른 누드 시리즈를 가장 좋아한다.

색감이나, 미니멀한 드로잉 기법이 정말 예술적이다.

 

 

입구에서 나를 반겨주던 푸른 누드..

정말 가져가서 방에 걸어두고 싶었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어선 안되지만, 정말 가슴에 깊게 남겨두고 싶어서 몰래 찍었다. 죄송합니다.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물 간의 관계이다. 나는 사물을 그리지 않는다. 나는 오직 사물간의 차이점을 그린다."

라는 말은 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인생에서 새겨야 할 말인 것 같다.

 

내가 생각했을 때 단순히 1차원적으로 생각 말고, 조금 더 깊게 생각하라 라고 받아들였다.

 

 

 

전시장에서 전시하고 있던 앙리 마티스의 스테인글라스 시리즈.

 

개인적으로 천주교를 믿지는 않지만, 가끔 명동성당을 찾아 미사를 지켜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성당에서 풍겨오는 웅장한 느낌이 경이로울 때가 있다. 절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종교가 주는 느낌이 다르고 좋아 가끔은 찾아가 보는 걸 추천해주고 싶다.

 

저녁노을이 정말로 예뻤던 코엑스 사거리 

 

 

저녁식사로는 압구정 로데오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비스트로 드 욘트빌'

 

파리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비스트로의 느낌을 받았다.

서울에서 파리를 느껴보고 싶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코스는 A 코스를 시켰다.

 

A코스는 애피타이저 1개와 메인 요리 1개 그리고 디저트가 나오는 코스인데, 가격은 7만 원? 정도였던 것 같고 요리마다 추가금이 붙었던 걸로 기억한다.

 

 

 

 

 

 

애피타이저가 나오기 전에 나왔던 슈? 같은 건데 안에 푸아그라 크림이 들어있다고 했다.

짭조름하고 바삭해서 정말 맛있었다.

 

 

식전 빵으로 나온 바게트 

바로 구워져서 나와 정말 맛이 좋았다. 버터와 그리고 고등어 절임 같은 게 나왔는데, 풍미가 풍부해서 조금 더 달라고 하려 했지만 참았다..

 

 

 

내가 시킨 애피타이저는 달팽이 요리였다. 

어느 날 티브이에서 한번 나온 적이 있어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오일 베이스에 식감은 골뱅이보다는 훨씬 부드러웠다. 느낌이 오일 파스타 안에 들어간 부드러운 골뱅이를 먹는 느낌이었다.

 

 

 

메인으로는 푸아그라와 스테이크 위에 송로버섯을 뿌린 미디엄 스테이크, 그리고 매쉬드포테이토였다.

 

내가 여태껏 먹은 송로는 송로가  아니었나 싶다. 앞에서 갈아주는데 코를 찌를 듯한 송로의 향에 취해버렸다.

푸아그라와 스테이크 그리고 매쉬드 포테이토를 함께 곁들여 먹었더니 왜 프렌치 요리가 세계에서 알아주는지 한 번 더 느끼는 저녁이었다.

 

 

 

 

정말 화가 났다. 정말 맛이 있는데, 정말로 내 눈 앞에서 스테이크가 사라져 가는 현실이 슬퍼버렸다..

 

식후 디저트로는 올리브 마들렌과 커피를 마셨다.

올리브는 절인 올리브나 피자 위에 올라간 올리브만 먹었는데 이렇게 올리브로 먹었더니 색다른 맛이었다.

무화과처럼 달달한 게..

 

 

 

 

비스트로 드 욘트빌에서 생일이라고 깜짝 케이트도 준비해줬다.

정말 감사하게도 프랑스어로 생일 축하한다고 적어주고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어주셨다.

직원분들도 정말 친절하고 세심하게 안내해주셔서 다음에도 꼭 한번 더 방문해보고 싶다.

 

 

 

귀여운 생일 축하 노래가 나오는 오르골

 

 

정말 며칠 전 행복이라는 포스팅에서와는 다르게 오늘 정말 나는 행복했구나 싶었던 하루였다.

매일매일이 행복하진 않겠지만, 이런 행복을 위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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